[설 경기 '싸늘'] 찬바람 부는 설 대목…기업 단체선물 '홀쭉' 가격 10~15% 싸져

입력 2015-02-08 21:24  

백화점·대형마트 선물세트 판매 부진

"1천만원어치 사가던 기업 700만원만 주문"
연말정산 환급액 줄어 가계도 지갑 안열어



[ 유승호/이현동 기자 ]
지난 7일 저녁 롯데마트 서울역점. 가공식품 코너에 마련된 설 선물세트 매대 주변엔 한복 차림의 직원들이 서 있을 뿐 손님은 많지 않았다. 햄·식용유 세트를 판매하는 한 직원은 “작년 설 시즌에 비해 반도 못 팔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용문동 용문시장. ‘설레는 설잔치’라는 현수막이 시장 입구에 큼지막하게 걸려 있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한 잡화점 주인은 “해가 갈수록 힘들어져 결국 가게를 내놓았다”고 말했다.

설(19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통 현장에서는 명절 대목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실적이 악화된 기업들은 단체 선물 구매를 줄이고 있고 연말정산 환급액 감소 등의 영향으로 가계 소비마저 위축되고 있다.

◆기업 선물 수량 줄고 단가도 하락

기업들의 선물 구매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추석 때 이마트 구로점에서 선물세트 4500개를 구매했던 한 기업은 이번 설을 앞두고는 선물세트를 3000개만 주문했다. 김상기 이마트 구로점 명절TF팀장은 “거래처 중에서도 꼭 필요한 곳에만 선물을 보내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한 직원은 “작년에 200개를 사 간 기업이 이번엔 30개만 샀다”고 말했다.

선물 단가도 낮아졌다. 강태석 롯데백화점 법인영업팀 매니저는 “기업체 선물 단가가 평균 10~15% 낮아졌다”며 “기업 구매 담당자에게 20만원대 한우 세트를 권하면 10만원대 과일 세트를 보여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강남욱 신세계백화점 본점 특판팀장은 “1000만원어치씩 사 가던 기업들이 500만~700만원 정도만 주문하고 있다”며 “한우 선물세트도 10만~15만원대의 중저가 위주로 찾는다”고 했다.

개인 소비자들도 선물 비용을 아끼는 분위기다.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만난 주부 박모씨는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져 일을 그만둔 탓에 쓸 돈이 별로 없다”며 “선물 개수도 줄이고 가격도 낮출 생각”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매출 ‘마이너스’

기업들이 설 선물 구입 비용을 줄이고, 개인 소비자들도 지갑을 닫으면서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설 선물세트 매출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 2~5일 설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설 선물세트 매출 증가율도 불과 1.9%였다. 롯데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매출이 29.3% 늘었지만, 이는 지난해보다 선물세트 판매를 5일 일찍 시작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종적으로는 매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설 선물세트 판매 부진은 유통업체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기존점 매출은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줄었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3.8% 감소했다.

전통시장의 분위기는 더욱 냉랭하다. 서울 논현동 영동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이정수 씨는 “작년 이맘때는 주문을 열댓 건 받았는데 올해는 두 건뿐”이라며 “선물용 떡을 맞추는 곳도 없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의 한 과일 노점상은 “안 팔릴 것을 예상하고 물건을 조금만 가져왔는데 이나마도 안 팔리고 남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유승호/이현동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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